인간 개체에 대한 정의는
각 개인의 속성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결정된다.
때문에 한 인간을 판단할 때,
사람들은 그 인간의 행적을 본다.
주변 사람들이 어떠한지,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개인의 과거 행적들로 판단한다.
국가, 그리고 민족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이 남긴 유산,
그리고 세운 업적과 기록으로 판단한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역사가들이
로마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서로 다르게 존재하는 민족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었기 때문이다.
#9. 에트루리아, 그리고 로마
로마는 여러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대 지중해에 존재하던 국가는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단일민족이었다.
아니라고해도
국가 내 민족들간의 차이는 존재했다.
초기 로마는 매우 열약했다.
조그만 언덕에서
소수의 남자들로 시작했다.
주변국들은 호시탐탐 로마를 노렸고,
로마는 그들과 싸워야했다.
누가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라고 한다면,
선뜻 내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로마의 시민들은
로마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역사에 조그만 소국으로 남았을 것이다.
로마에 충성을 바친 자들에게
그들의 출신과 상관없이
시민권으로 보상함으로서,
로마는 그들에게 대의를 주었고,
동시에 물질적인 풍요를 안겼다.
그렇게 로마는 충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시간은 흘러,
로마의 4대왕 마르키우스,
그의 재위 당시에서 시작한다.
평화를 사랑하며,
누구보다 로마를 이해했던 남자.
그는 한 청년을 만난다.
이름은 루키우스,
그 청년이 지닌 수많은 재물만큼,
마음 또한 공허했다.
왕은 청년에게 물었다.
"너는 현명하다."
"지혜는 노인과 같고, 냉철함은 날 선 칼과 같다."
"그러나 내게는 보인다."
"네 안에 있는 채울 수 없는 지독한 공허함이 보인다."
"네가 아직 온정이 남아있다면,"
"내게 그 이유를 말해다오."
"네 안의 텅 빈 마음의 근원에 대해서"
청년은 왕에 물음에 답했다.
"나의 아버지는 그리스 사람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에트루리아 출신이었죠."
"나는 양쪽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경멸했습니다."
"나의 피가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인정받지 못해 비어버린 마음을 채우기 위해,"
"세상의 온갖 지식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의 입구를 막을 뿐,"
"제 마음에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그리스와 에트루리아의 혼혈이었다.
그는 자신의 출생으로 인해,
핍박을 받으며 로마까지 흘러들었다.
그는 자신의 출생을 비관했다.
행적보다도 근원을 중시하고
실력보다도 피로 결정되는,
자신의 고향을 증오했다.
청년의 이야기를 들은 왕은 이에 답했다.
"그렇다면, 내 땅에 거하라."
"우리는 네 피를 묻지 않는다."
"그리고 증명하라."
"네가 얼마나 뛰어나고 열정적인지."
"네가 로마를 사랑하는 만큼 네 가치를 인정 받을 것이다. "
왕은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을
실력만을 보며
왕자들의 수행원으로 삼았다.
그렇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슬픔으로
마음을 비워버린 한 청년,
그는 오랜 여정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
로마를 만나,
로마에 정착하고,
로마에 대한 충성으로
자신의 마음을 채웠다.
로마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바꿨다.
타르퀴니우스 프리스쿠스,
에트루리아 출신으로
처음으로 로마의 5대 왕이 되는 남자이다.
그는 매우 유능했고,
곧 로마에 큰 영향력을 끼치게된다.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다.
그는 많은 업적을 쌓으며
로마를 풍요롭게 했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흘러
로마의 4대왕 마르키우스가 서거한다.
다시금 왕을 뽑을 시간이 돌아왔다.
로마에 대한 끝없는 충성은,
그가 왕이 되고 싶어하는 열망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지지해 줄 유력자들을 찾아간다.
당시 로마 내의 에트루리아 인의 숫자는 매우 적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뛰어났고,
자신의 실력만큼 많은 부를 쌓은 사람들이었다.
타르퀴니우스는 그들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그들을 찾아가 지지해주길 부탁했다.
당연히 에트루리아 인들은 이에 수락했다.
지지 기반을 얻은 타르퀴니우스,
그는 정계로 진출했고,
왕이 되기 위해서 유세를 시작한다.
거리로 나간 그는 시민들에게 말했다.
"로마 시민들이여, 나는 타르퀴니우스요!"
"본디 나는 에트루리아 출신이오."
"하지만, 내가 로마의 시민이라는 것은 확실하오."
"나는 선왕의 은혜를 입었고, 로마에 충성을 바치기로 결심했소."
"내가 왕이 된다면, 나는 로마를 부유하게 만들 것이오."
"우리는 비록 지역의 강자이지만, 아직도 저 밖에는 수많은 적들이 있소."
"그들은 이전과는 다른 적들이오."
"매우 강력하고, 탐욕스럽고, 호전적이오."
"그들은 뛰어난 무구로 자신을 치장하며, 넓은 영토에 많은 병사들을 거닐고 있소."
"나를 왕으로 뽑아주시오!"
"그렇다면 내가 지금보다 더 강한 로마를 만들겠소!"
타르퀴니우스의 명성은 이미 로마를 떨치고 있었다.
다른 후보자들과는 다르게
세계 최초의 선거운동과
그의 열정적인 웅변은
로마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로마 시민들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해도,
원로원의 적이 된다면 곧 제거될 뿐이다.
또한 힘이 없는 왕은
군림할 뿐, 지배하지 못한다.
그의 힘을 뒷받침할 재력이 필요했다.
원로원을 설득해 인정받기 위해서,
재력가들을 통해 힘을 얻기 위해서,
그는 원로원과 에트루리아계의 상인들에게 접근한다.
타르퀴니우스는 원로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로마의 평등성을 내세웠다.
"내가 로마의 피를 잇지 못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오."
"그러나 이는 내가 로마에 충성을 다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될 수 없소."
"나의 조국은 로마이오!"
동시에 에트루리아계의 상인들,
그들에게는 동질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모두 같은 피를 가지고 있소."
"로마가 아닌, 에트루리아요"
"소수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차별을 당헀는지 상기하시오."
"우리끼리 뭉쳐야만 살 수 있소!"
"당신들의 재력으로 나를 지지해주시오."
"그렇다면 내가 당신들을 비호하겠소."
타르퀴니우스의 적절한 처신은
원로원에게 명분을,
그리고 에트루리아계 상인들에게는
재력을 얻는다.
시민들의 지지,
원로원의 인정,
그리고 에트루리아계 상인들의 재력,
왕이 되기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는 다른 후보자들을 압도적으로 제치며
로마의 5대 왕으로 뽑혔다.
첫 에트루리아계 출신으로
로마의 5대 왕이 된 타르퀴니우스
그가 처음으로 한 행동은
자신의 권력을 증가시키는 것이었다.
권력은 마치 하나의 파이를 나누는 것과 같다.
파이의 크기는 항상 일정하다.
그러므로 나누는 자가 많을수록
개인에게 돌아가는 파이,
즉 권력은 적어진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손에 든 파이를 뺏어야 한다.
그리고
그 파이를 나눠주는 것에 대한 결정은
로마의 원로원에 달려있었다.
하지만 원로원을 없앨 수는 없다.
그들은 로마의 심장,
로마라는 몸에서 들어내려 한다면
자신이 죽고 말 것이다.
대신에 그는 그 심장을 장악하기로 한다.
100명으로 구성된 기존의 원로원에,
자신의 심복 100명을 추가했다.
자신을 견제할 수 있는 원로원의 수는
2배로 늘어났지만,
그 안에는 자신을 따르는 100명이 있다.
그는 오히려 결정권자를 늘림으로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파이의 배당을 증가시켰다.
그렇게 자신의 권력을 확고히 한 후에,
그는 로마를 원하는대로 가꾸기 시작한다.
당시의 로마는
마치 높게 뻗은 거대한 나무와 같았다.
손질이 되지 않아,
가지는 지저분하게 이리저리 나있으며,
수많은 영양분은 그 가치를 다하지 못하는,
그런 정원사가 없는 나무였다.
로마의 발전을 위해서,
타르퀴니우스는 대규모 토목 개혁을 실행한다.
하지만 로마의 기술은 미천했기에,
에트루리아의 장인들을 초빙했다.
그렇게 에트루리아의 뛰어난 기술력,
그리고 로마의 거대한 노동력이 만났다.
중심을 관통하며 로마를 비옥하게 하는 젖줄,
테베레 강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매년 테베레 강이 범람했기 때문에,
쓰지 못하는 땅이 많았다.
타르퀴니우스는 범람하는 테베레 강을 정비했다.
그렇게 로마의 많은 땅들은 더 이상 침수되지 않았다.
수많은 땅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자,
그는 그곳에 신전과 경기장을 짓는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곳곳에 생겨나는 예술적인 건물들로,
로마는 나날히 아름다워져갔다.
그리고 타르퀴니우스의 인기 또한 그랬다.
그의 빛이 로마를 비출수록,
로마는 밝아져갔고,
그만큼 뒤에 드리우는 그림자 또한 짙어져갔다.
그 그림자의 이름은 공포였다.
타르퀴니우스의 업적에 대한 질투는
만에 하나에 일어날
타르퀴니우스의 변심에 대한
막연한 추측이 되었고,
그 추측은 계속해서 돌고 돌며
음모라는 뼈를 얻고,
자기합리화라는 살을 걸치며
그 육신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맹신이라는 피를 마시며,
스스로의 생명을 얻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르퀴니우스를 향한 모든 악의 근원은
바로 원로들이었다.
그들은 너무 두려웠다.
자신들이 걷잡을 수 없는
타르퀴니우스라는 지혜로운 맹수가
그들은 그를 통제해야했다.
하지만 지혜로운 맹수는
쇠사슬에 얽매이지 않는다.
길들여지지 않는 맹수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
죽여야만 한다.
타르퀴니우스를 질투한 원로들은
독재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스스로 변명했다.
독재를 막기위해서,
원로들은 그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는 로마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있다.
그의 업적과 능력은 거대한 성과 같았고,
로마는 그 성안에서 번창하는 중이었다.
만약 원로들이 그 성을 무너트린다면,
무너진 성에 깔리어 시민들에게 죽을 것은 자명했다.
원로들은 깨달았다.
왕를 죽이는 자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이에 원로들은 더러운 술수를 생각해내었다.
왕을 죽일 비수를 든 손,
그 손이 굳이 원로들의 손이 될 필요는 없었다.
단지 그 비수를 다른 이의 손에 쥐어주고,
그에게 부추기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원로들은 그들을 대신해
왕을 죽일 자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그 자는 너무도 가까이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바로 선왕, 마르키우스의 아들들이었다.
원로원은 그들에게 은밀하게 접근했다.
"위대한 왕의 후손들이여, 우리는 그대들을 칭송하오."
"하지만, 로마는 그대들의 용맹을 모르오."
"그 이유는 바로 단 하나요."
"누군가가 당신들의 영광을 가로챘소!"
"독재자 타르퀴니우스,"
"비열한 그가 바로 범인이요!"
"그는 선왕의 업적과 당신들의 왕위를 가로챈 찬탈자요."
"지금의 영광은 모두 당신들에게 돌아갈 것이었소!"
"그를 죽이시오, 그리고 영광을 되찾으시오!"
원로들은 선왕의 아들들을 유혹했다.
그들의 혀는
이브를 유혹한 뱀과 같았고,
그들이 보여주는 미래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마르키우스의 아들들에게는 너무도 달콤했다.
단 한명만 죽인다면,
지금의 모든 영광은 그들에게 돌아간다는 그 말이!
하지만 그 유혹에는 감당할 수 없는 저주가 담겨있었다.
왕이 되어야만 로마의 영광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왕을 죽인자는 왕이 되지 못한다.
서로 모순되는 비열한 저주는
선왕의 아들들을 파멸로 몰고갈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왕이 될거라는 거짓된 유혹에
스스로의 눈을 가렸고,
단 한명만 죽이면 된다는
깃털같이 가벼운 조건은
이성적인 사고를 멈추게 했다.
결국 원로들의 의도대로,
그들은 왕을 죽이고
스스로 파멸하는 비수가 되었다.
마르키우스의 아들들에 의해서
로마를 만나,
로마를 사랑했고,
로마의 사랑을 받은 한 남자는
로마의 아들들에 의해서 최후를 맞는다.
타르퀴니우스가 죽자,
로마에는 큰 정치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암살자들에 의해서 남편을 잃은 미망인,
왕후 탈퀴니는 이 혼란은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왕의 죽음을 숨기고,
왕의 후임자를 찾아갔다.
바로 세르비우스였다.
오래 전,
타르퀴니우스는 감옥을 시찰하던 중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한 소년을 만났다.
.
왕은 간수들에게 소년에 대해서 물었다.
이에 간수들은 소년의 유래에 대해서 답했다.
로마가 정복에 열중했을 때,
한 여인이 전쟁 포로로 끌려왔다.
그 여인은 아이를 배고 있었고,
얼마지나지 않아 감옥에서 아이를 낳았다.
간수들은 아이의 처리에 대해서 논의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노예로 삼기로 결정했다.
아이의 이름이 없었기 때문에,
노예를 뜻하는 단어인 Servi
거기에 알파벳 US를 붙여서
Servius,
세르비우스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묵묵히 이야기를 들은 왕은
예의 소년에게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는 직접 소년에게 다가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왕은 소년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왕이 된 이후로
마음의 심연으로 가라앉은
비참했던 과거 또한
잊혀진 기억의 바다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피가 더러웠기 때문에
모두에게 외면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그는 노예로 지내던 소년을
자신의 화려한 왕궁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깨끗히 씻긴후,
자신의 아들들과 똑같이 대우했다.
타르퀴니우스의 심미안은 정확했다.
세르비우스의 시간이 지날수록,
노예라는 단단한 껍질에 가려졌던
자신의 재능을 싹 틔우기 시작했다.
조그맣지만 될성부른 싹은
로마와 타르퀴니우스를 만나
어느 나무보다도 높게 뻗어갔고,
뿌리는 그보다 더욱 깊게 자라갔다.
로마라는 땅에서 자라나는
별과 같이 수많은 인재들 사이에서
세르비우스는 그보다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그리고 세르비우스란 이름의 나무는
타르퀴니우스의 비참한 죽음 이후,
그 꽃을 피우고,
왕후 탈퀴니는 그 꽃을 열매로 자라나게 했다.
그녀는 왕의 암살 이후,
원로원을 소집했다.
그리고 원로원에게 말했다.
"우리의 왕이 잔악한 역도의 손에 서거하셨소."
"모두가 알다시피 로마는 왕이 이끄는 나라요."
"이 말은 왕이 없으면 로마도 없다는 뜻이요."
"본래대로라면 새로 선거를 해야겠지만,"
"밖에는 반란군이 날뛰고 있는 시국이요."
"저들을 한시 바삐 진압하지 않는다면,"
"선조들이 세운 로마는 저들에게 넘어갈 것이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원로원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나는 세르비우스를 왕으로 추대하겠습니다."
"원로들께서는 그의 태생을 근거삼아 반대하실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는 본디 노예의 태생으로 비천한 피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왕의 딸, 공주와 혼인한 몸입니다."
"저는 노예의 피가 왕가의 피로 정화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그의 출신 또한 문제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아시다시피, 그는 로마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입니다."
"그의 충성심 또한 그의 과거 행적으로 증명되니,"
"그가 지금 왕좌에 올라 지금의 사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녀의 주장은 한치의 오류가 없이 합당했다.
원로원은 그녀에게 반박할 수 없었고, 결국 이를 수용했다.
그렇게 투표를 거치지 않고,
세르비우스는 노예로 태어나,
로마의 6대 왕이 되었다.
타르퀴니우스가 죽은지 5일만에,
원로원은 세르비우스를 왕으로 추대하고
로마의 정치적 공백은 빠르게 메워졌다.
예상치 못한 로마의 빠른 대처에
마르키우스의 아들들을 필두로 한 역도은
스스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왕이 된 세르비우스는 그들을 진압하기 시작했고,
도망친 몇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잡히고 처형당했다.
그렇게 반란은 쉽게 종식되었다.
세르비우스는 그 외의 혼란들도 재빨리 수습했다.
그리고 선왕 타르퀴니우스의 사업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선왕 타르퀴니우스는 로마에 대규모 변혁을 가져왔다.
매년 범람하는 테베레 강을 정비했고,
더 이상 침수되지 않는 지역을 개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마를 에워쌀 성벽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죽음과 함께 유언이 되었다.
세르비우스는 그의 마지막 유언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그의 지휘아래,
로마의 일곱 언덕을 모두 보호하는 성벽이 완공되었다.
바로 25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로마의 '세르비우스의 성벽'이 바로 그것이다.
세르비우스는 수많은 개혁을 단행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군제 개혁이다.
군부역을 짊어지고 군인이 되어야지만
로마인들은 한 명의 시민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런 군인 100명이 모이면 백인대를 구성했다.
백인대를 이끄는 백인대장은 투표권이 있었고,
그들은 민회를 구성해 차기 왕을 뽑는 유권자가 되었다.
백인대장은 병사들과 같이 생활하며,
전투의 선봉에 서야했다.
병사들은 그들의 백인대장의 자질이 의심될 경우,
그의 교체를 주장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백인대장은 명예직이자 경력직인 셈이었다.
그러므로 백인대장 한명의 한 표에는
그 휘하 병사들의 의견이 반영이 되었다.
세르비우스는 이런 군대의 제편을 개혁하기 시작했다.
그는 전 로마에 호구조사를 명령했다.
시간이 지나고 조사가 끝나자
세르비우스는 이들을 재산을 기준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정도에 따라 총 5계급으로 분류했다.
제 1계급과 2계급은 재산도 가장 많으며, 그 수도 많았다.
이들은 부유한 재산으로 무장을 구비했다.
그리고 중장보병이 되어 전투의 전열에 섰다.
계급은 재산이 적어짐에 따라 낮아졌다.
마지막 제 5계급은 복장도 자유였고, 무장또한 빈약했다.
각 계급마다 감당할 수 있는 무장체계를 확립한 후,
세르비우스는 군역의 정도에 따라서 특혜를 주었다.
가장 많이 희생하는 자에게는 로마의 영광을,
내놓을 것이 없는 자에게는 생명만을 보호해 주었다.
때문에 로마에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를 더욱 희생해야만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세르비우스는 군제도의 개혁을 통해서,
로마인들을 더욱 더 로마에 충성케 만들었다.
그 후, 세르비우스는 병법또한 새롭게 정립했다.
지휘관이 높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그 자질이 무능하다면 군대를 전멸로 이끌 뿐이었다.
그리고 이에 가장 많이 타격을 받는 것은
가장 많이 희생하는 제 1,2계급이다.
세르비우스는 로마를 지탱하는 제 1,2계급을 위해서,
후대까지 쓰이게 될 기초적인 전술을 확립했다.
최전방에 위치하는 전위,
그들은 적 진형을 무너트리는 역할을 했다.
가장 뒤에 위치하는 후위,
그들은 전투가 진행됨에 따라,
알맞게 나뉘어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그 중앙에 위치하는 본대,
그들은 전위가 적 진형을 붕괴시키면,
이에 따라들어가 전투의 승기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귀족들은 말을 타고 기병이 되었다.
기병은 장점은 빠른 기동력이다.
그들은 기동대가 되어 전장에 지원을 했고,
때로는 전령이 되었다.
당시 이태리 반도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단순히 모여서 싸우는 막싸움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새롭게 개편된 로마 군단,
그들은 전열을 유지하며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적의 군대는 단순히 모여있을 뿐이고,
당연히 로마에 처참히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로마는 모든 전투에서 이기며,
로마의 영토를 계속해서 늘려나갔다.
왕의 자질로 태어났지만,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살아갈 운명이었던
세르비우스.
소년 노예는 차별없는 왕을 만나,
그 자질에 맞는 대우를 받았다.
그리고 타르퀴니우스의 뒤를 이어,
로마 왕국의 제 2의 영광이 되었다.
세르비우스의 손에 의해서
로마는 날이 지날수록
어제의 로마보다 더욱 풍요롭게 되었다.
왕의 군사 개혁에 전사자는 줄어들었다.
시민들은 그를 찬송했다.
왕이 세운 성벽에 로마는 침공받지 않았다.
시민들을 이에 왕을 찬미했다.
또한 그 성의 사이에 신전을 지었다.
때문에 성과 상관없이
로마는 외부인들과 계속해서 교류할 수 있었다.
날이 지날수록 세르비우스를 외치는 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모든 로마인들은 기뻐하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단 두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리고 그 자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왕과 가까운 자들이었다.
한 명은 세르비우스 왕의 딸,
장녀 툴리아였다.
그리고 다른 한명은
선왕 타르퀴니우스의 차자,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였다.
세르비우스의 통치 아래,
로마는 어느덧 44년의 풍요를 누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왕의 시간은 늙어갔다.
왕의 업적만큼
빛나던 머리카락은
조금씩 바래지기 시작했고,
왕의 능력만큼
군더더기 하나 없던 얼굴에는
군데군데 주름이 지기 시작했다.
늙은 왕은 긴 여정을 준비했다.
한번 가면 돌아올 수 없고
눈물과 비통으로 보내야만 하는
죽음이란 이름의 여정을,
그러나 죽음의 이름은
모두가 예상한 노화가 아니었다.
그 이름은 존속살해였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