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 군대 / 특수부대 ] 일본 육상자위대의 특수부대, 중앙즉응집단 소속 "특수작전군" 정보.JPG
사실 일본이 특수부대를 보유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실전 사례가 없다보니 유명하지가 못하고, 어느 미디어에도 얼굴을 못 내민 데다가 군대 아닌 군대인 자위대이다 보니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
그리고 전범국이다보니 이런 특수부대를 만드는 것도 상당히 눈치가 보이는 일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뮌헨 올림픽 참사 이후 대테러 부대 창설을 검토하였으나 주변국들의 눈치가 보여 GSG-9을 경찰 소속으로 창설한 바가 있다. (향후 KSK를 창설하면서 독일 역시 군 소속 특수부대를 보유하게 되었긴 하다.)
1.역사
(사진은 경찰 소속 SAT)
일본에서의 첫 특수부대는 사실 특수작전군이 아닌 경찰 소속 특수부대인 Special Assualt Team이다. 1970년대에 일본에서는 적군파 테러, 옴진리교 시린 가스 테러 등이 연이어 발생하였고, 테러 방지가 허술한 일본 입장에서는 당장 엽총 들고 인질극을 벌여도 제대로 진압을 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테러 방지를 위해 1997년 9월 28일, Special Armed Force라는 이름의 경찰 소속 부대가 창설되게 된다.
굳이 따지자면 얘네들은 군 소속도 아닌데다가 우리나라로 치면 경찰특임대 수준이라 특수부대라고 하기에는 뭣한 느낌이 있지만, 당시 일본은 (적어도 1970년대만 해도) 경찰이 자위대보다 위상이 높았다. 아직도 일본에서의 경찰은 그 입지가 꽤 높을 정도.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일본이 2차 대전 이후로 창설한 첫 대테러 목적 무장 집단이라는 것.
이렇게 창설된 Special Armed Force는 이후 1996년 4월 1일, 현재의 명칭인 Special Assualt Team으로 바뀌었고 재편성이 이루어졌다. 당시 대테러 부대 교육인프라가 전무했던 일본은 마침 몇해 전에 창설된 독일의 GSG-9에게 위탁교육을 받았다. 이후 1996년 재편성되면서 정식 특수임무 집단으로 입지가 높아져 예산을 잔뜩 타게 되었고 장비의 질도 높게 향상되었다.
더불어 잔뜩 탄 예산으로 미국의 SWAT/FBI에게 위탁교육을 받기 시작해서 훈련의 질 역시 상당히 높아졌다. 문제는 이렇게 장비/훈련량의 향상이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들보다 더 엘리트 집단이자 이 글의 주제인 '특수작전군' 이 창설되버렸다.
특수작전군으로 넘어가기 전에 하나 더 알아야 할 관련부대를 소개하겠다. (사실 SAT는 이 글의 주제인 특수작전군과는 별 상관이 없는데 그냥 덤으로 넣었다.)
대테러 목적인 첫 무장집단은 SAT였지만, 야전에서의 임무를 목적으로 하는 부대는 그 이전에 이미 있었다. 특수부대 정도까진 아니고, 미군의 레인져 쯤 되는 이들. (실제로도 레인져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름아닌 자위대 제 1 공정단이다.
(훈련중인 자위대 대원.)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창설된 경찰 예비대 (현 자위대의 모체) 는 일본에 아직 주둔하고 있던 미군 187 보병연대에 간부들을 파견, 공수 교육을 받는다. 이들을 훈련교관으로 하여 병들을 훈련시켜 1955년 8월 교육을 완료하고 이들을 바탕으로 1956년 1월 101공정대대를 창설하게 된다. 이들은 규모를 계속해서 불려나가 마침내 1958년 제 1 공정단으로 개편되게 된다.
이들은 자위대 내 유일한 '공수부대' 이며 현 규모는 대략 1900여 명. 기존 자위대가 세금만 축내는 세금도둑이라는 인식이라면, 이들은 여러가지 자격증을 딴 젊고 자부심 센 자들로 이루어져서 나름 '엘리트' 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알고보니 밀게이 한 명 보다도 못한 훈련 받고 질질 짠다고.... http://www.ilbe.com/4144065492)
한국으로 치자면 특전사에 대응하는 집단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껏해야 침투용 헬기 정도 지원 받는 특전사와 다르게 이들은 본격적인 장갑차량도 운용한다. 1973년 공정 장갑 수송대가 창설되었다는 게 그 증거.
이들은 1999년 해외 일본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50명이 유도대로 차출된 것으로 시작해서 2006년에는 이라크 재건지원군의 경호 임무를 위해 파견되었다. 물론 전투병력은 아니였으니 당연히 문제될 것은 없었고, 덤으로 안전한 곳에서 경호 임무만 맡은지라 실전 경험은 조금도 쌓지 못했다.
이후 2007년에 부대가 너무 다목적 소수 정예화이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방위성의 판단에 따라 미국의 '스트라이커 여단' 을 본따 만든 중앙즉응집단에 소속되게 되었다. 이들이 특수작전군과 관련된 이유는 다름아닌 이 부대에서 높은 성적을 내는 대원이 특수작전군이 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미군 레인져 중 우수한 성적을 받은 자가 그린베레라는 상위 특수부대로 차출되는 것과 비슷하다.
(여담으로 2012년 영국에서 개최된 특수부대 대회에서 15개국 중 14위를 했다고 한다.)
특수작전군
(특수작전군으로 추정되는 자위대 대원들의 훈련 모습. 자국산 02식 방탄복이 아닌 해외 방탄복을 사용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일본이 기존의 제 1 공정단이나 해상자위대 소속 특수경비대 SBU, 해산보안청 소속 특수경비대 SST가 있음에도 이들을 창설하게 된 배경은 다름아닌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30여 명에 불과한 간첩을 잡기 위해 6만명에 달하는 한국군이 수십일을 밤새워 작전을 벌였고, 그 와중에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것을 지켜본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긴 해안을 가지고 있는 자신들 역시 저런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또한 점점 전쟁의 양상이 대규모 장비를 앞세운 전면전이 아니라 시가지에서의 길고 지루한 대게릴라전이라는 것도 한 몫 하였다. 말하자면 일본은, 기존의 제 1 공정단이나 여타 특수부대 보다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엘리트 부대의 창설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일본의 상황에, 자위대 역사상 가장 비밀스럽고 훈련 강도가 높은 부대가 창설되기에 이른다.
(부니햇을 쓰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저들이 바로 특수작전군 대원들이다.)
이들은 1998년에 창설되었으나 부대 위치도 지도에 다 나와있다는 전설의 허술 보안 기존 자위대와는 달리 철저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고, 2004년 초에 일본에서 '격투기와 외국어, 무기 운용에 능숙한 특수부대가 있다' 라는 소식을 바탕으로 그 정체가 드러나게 된다. 약 2-300여명의 규모인 이들은, 스쿠버 자격증과 HALO교육을 이수한 레인져 출신 대원들이 있다고 하며 (정확한 선발 과정은 모름)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고 한다.
다른 자위대원에게 'S'라는 (중2병 펄펄 돋는) 별칭으로 불리며 이들의 신상은 국가 기밀이라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게 어느정도냐하면...
행사 때도 정복에 복면을 쓰고 나온다! 우리나라 707대원들도 이 정도는 안 한다. 차라리 공개석상에 안 나왔으면 안 나왔지.
주 임무는 기존 제 1 공정단과 비슷하게 대 게릴라 전, 대테러 임무 등을 맡으나 위탁 교육을 무려 델타 포스 에게서 받는다. 미국의 그 델타 포스 맞다. 제 1 공정단 대원들이 델타 포스에게서 교육 받는 동안 일본 내에서는 이들 부대의 시설 등을 준비하였고, 교육을 이수받고 돌아옴과 동시에 창설되었다.
방어 임무에 있어서는 특출날 것이 없지만, 이들이 전시에 공격 임무를 맡게 될 경우 대상은 다름아닌 북한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개입하게 된다면 유사시 일본으로 날아올 수 있는 미사일 시설에 침투하여 파괴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마도 한국군 혹은 미군 특수부대의 협조를 포함한 듯 싶다.)
(훈련이 한창인 도중 찍힌 특수작전군 대원들의 사진.)
몇년 전부터 기존의 비밀스러움을 깨고 조금씩 정보를 공개하였는데, 이들을 보고 온 태XX 기자의 말로는 한국의 특전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으며 오히려 뛰어난 것 같다. 라고 말했다는 카더라가 있다. 물론 일본이 가장 비밀스럽게 운용하는 이들을 어떻게 한국 기자가 봤는지는 말이 안 된다만.
다른 부대들과 달리 막료장 직속 부대다. 우리나라로 치면 육군참모총장 직속 특수부대인 셈.
2.장비
이들의 특이한 점 중 또 하나는 비싸고 실용적이지 못한 자국산 일제 장비보다 실전에서 검증 받은 외국산 무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사진들은 정식 부대원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코스프레다;; 하지만 재현율은 높은 편이라 하니 장비만 보자.)
이들이 입고 있는 방탄조끼는 03식 방탄조끼로, 아직 일반 자위대원에게는 보급이 되지 않은 신형이다. 특수작전군한테는 이미 보급되었을 확률이 높다.
방탄조끼와 피복류에 있어서는 기존의 일제를 사용한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총기는 일본의 89식 소총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확장성도 떨어지는 데다가 조정간이 안전 다음 풀 오토 라는 정신나간 설계라서 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사용한다고 알려진 총기는
MP5SD6
M4A1 SOPMOD block 1
M24
89식 소총 (일부 사용)
등등 자국산 총기보다는 해외에서 이미 수차례의 실전으로 검증받은 무기를 선호한다고 한다. 또한 개인화기 이외에도
일본판 재블린인 01식 대전차미사일
91식 지대공 미사일 (병사가 들고 있는 스팅어 비스무리한 물건)
등 대전차/지대공 미사일도 운용한다고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개발 중에 있는 고기동차량인
고마츠 LAV도 운용하는 모양. 여러모로 장비 면에선 적어도 한국 특전사보다는 잘 갖추고 있다.
3.총체적 평가
미국의 그린 베레 처럼 제 1 공정단 레인져에서 우수한 인원들을 차출한 대원들로 이루어져 있고, 델타 포스에게 위탁 교육을 받으며 온갖 비싼 무기로 치장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수준 높은 부대임에는 분명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실전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대한민국의 특전사도 크고 작은 실전을 겪어 보았고, UDT/SEAL 같은 경우는 단 한 명도 다치지 않고 해적들을 모두 제압한 실전 사례가 있다. 하지만 특수작전군은 '일본' 이라는 국가적 특수성 때문에 해외 경험이 전무한 건 둘째 치고 국내 사례도 단 하나도 없다.
이미 입증받은 특수부대인 델타 포스에게서 위탁 교육을 받았다 한들 막상 실전에 마주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 모른다. 병사들 개개인의 기량이 제아무리 최고라 한들 특수전에는 아무런 노하우가 없는 자위대가 이 귀한 인재들을 효율적으로 다루지 못한다면 소용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단지 일본 뿐 아니라 미국, 영국 처럼 실전이 잦은 나라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에도 있는 문제점이니 단순 특수작전군의 단점만으로는 치부할 수가 없다. 고로 이 비밀에 감싸진 특수작전군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섣부른 평가는 보류해야 할 것이다.
(훈련중인 제 1 공정단 대원들)
조금 전에 IS가 일본인 인질을 처형하였는데, 이 사건으로 일본 내에서 유사시 해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대의 파견을 가능케 해야한다는 의견이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아직 추측 뿐이지만 아베가 이 기회를 놓칠 리 만무하다.) 이미 적국 중요 시설 타격이나 해외 자국민 보호 등을 위한 특수작전군이라는 부대가 어엿히 있는 이상, 법이라는 고삐만 풀린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이들의 실전 사례를 보게 될 지도 모른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세 줄 요약
1.자위대의 특수부대 특수작전군이 있다.
2.장비나 훈련 면에서 여타 부대들과 견주어도 꿀리지 않음.
3.법만 사라진다면 이번 인질 사태 같은 상황에 투입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