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
기본개념이 정주민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일시적으로 국가가 강대해져서 타국을 점령하는 시기는 어느지역 어느나라나 존재했다.
그런데 아무리 강해져도 보통 옆나라 먹고 말게되지. 끊임없는 팽창을 하는 경우는 유목민만이 가능한 케이스였다.
왜냐하면 보통은 점령지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저항할 것이고 전쟁으로 황폐화된 국토에서 실질적인 생산력을 뽑아내서.
전쟁에 들인 자원만큼을 뽑아내는데는 엄청난 시일과 수고가 들기 때문이지.
그런데 몽골은 농사를 짓지 않고 사람을 지배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거주하고자 하는 지역은 철저한 학살로 사람들의 씨를 말려버렸다.
저항할 사람이 없으니 추가적인 병력배치 같은게 필요가 없다.
당시 몽골군이 살해한 인구가 전세계 인구의 20%가 넘었다고 하니..
이들은 다른 문화권의 강대국과는 개념이 다른 형태의 잔혹한 점령전을 펼친거지..
통치를 하는게 아니라 갓난아기까지 모두 죽인 후 그 자리를 거대한 초원으로 만들어서 유목을 하고 싶었던거다.
이 당시 몽골군에 의해 작살난 중앙아시아 지역은 지금까지도 이 데미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무적의 몽골군의 이미지가 많지만 사실 몽골군 하나하나는 그다지 강한 군대는 아니었다.
몽골군의 힘은 거대한 머릿수에서 나온거였음. 근대 이전의 전세계적인 대세는 직업군인 제도였다.
그게 당연한 것이 생산력이 극도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해야하고.
이러다보니 얼마 안되는 잉여생산력으로 직업군인을 굴리는게 보편적인 제도일 수 밖에 없었지.
그렇지만 몽골군은 모두가 전투병이었고 심지어 이들이 모두 양성이 엄청나게 어려운 기병이자 궁병이기도 했다.
인구밀도가 희박인 지역에 살아도 몽골고원은 엄청나게 넓은 지역이다.
이 지역의 유목민들이 하나의 정치체제로 통합되자 어마어마한 숫자의 병력이 양성된거지.
실제로 몽골군은 언제나 상대보다 다수의 병력을 동원했고 비슷한 병력을 동원할 경우 그다지 승률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 짱개와 고려는 제외.. 머릿수 대비 전투력이 동아시아는 불쌍할 정도로 낮았는데..
농경민족인 주제에 징집군 체제를 유지했기 때문에.. 머릿수는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징집군 자체의 수준은 처참할 정도로 낮았다.
2. 빠르게 멸망한 이유
이 행정력 부족이 빠른 확장을 가져왔지만 역설적으로 빠른 몰락을 가져오게 된다.
엄청나게 넓은 지역을 차지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 지역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능력이 없었다.
관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병력을 상주시켜야하는데 도시를 모두 불태우고 학살함으로 인해서
그 지역을 차지함으로서 얻는 이익이 없고 이익이 없으니 병력을 주둔시키면 그게 다 손실이다.
확장 당시에야 이런식의 초토화 정책을 펼치면 빠른 확장이 가능하지만 이렇게
초토화 시켜버린 덕분에 정복한 땅에서 얻을게 거의 없다는 문제가 있는 거다.
결국 점령지를 자발적으로 토해내고 본거지로 후퇴한 다음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이 다시 재화를 재건하기를 기다려
다시금 재점령을 하러 들어가는.. 일종의 약탈경제를 실시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이건 유목민족의 오랜 전통이다.
문제는 이런 약탈을 하기 위해선 그 약탈할 재화를 모을 시간을 상대방에게 줘야했고..
성공적으로 약탈을 하면 좋지만 그 시간동안 상대가 병력을 양성해서 막아버리면 약탈이 실패하게 되고..
이런식으로 도처에 적국을 양산하는데다가 약탈에 실패하기 시작하면 자기 병력들에게 줄 전리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므로 결속력이 급속도로 악화된다는 단점이 존재하는 체제지.
그리고 이렇게 약화되기 시작하면 주변국 전부가 자신들에게 주기적으로 약탈되던 국가기 때문에
엄청난 어그로를 쌓고 있는 상태에서 협공받아 순식간에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일칸국은 이집트의 저항에 의해 정복이 지체되자 내분이 시작되고 약화가 시작하자
일단 복속되었던 이슬람권 국가의 동맹에 의해 멸망하고. 킵차크 칸국 역시 모스크바 대공이 이끌던 동맹에 의해 멸망한다.
몽골의 후계자를 자처하던 티무르 제국도 이렇게 망했지. 또 유목민 특유의 상속제도인 말자 상속제도도 한몫했다.
유목민들은 아버지의 유산을 가장 막내에게 물려주는 전통이 있다. 형들은 아버지의 생전에 일정한 몫을 떼어받아
독립하는데 일정한 구역내에 너무 많은 가축이 몰려있으면 모두가 죽기 때문에 일정한 수의 가축을 분배받아
새로운 지역으로 맏형부터 차례로 떠나고 오직 막내가 끝까지 남아있다가 아버지의 구역을 물려받는 형태의 체제를
국가 단위에까지 적용했던게 문제다. 이 제도는 의외로 2세대까지는 엄청난 장점을 발휘하는데..
이 제도는 일종의 균등상속제도기 때문에 형제들끼리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 장자 상속제도를 유지하는
국가의 경우에는 모든 것을 갖던가 아니면 빈털털이가 되던가. 둘 중 하나지만 말자 상속제는 2세대까지는 형제들이기 때문에
결속력이 있고 또 위대한 정복군주가 죽어도 풍부한 전투경험을 가진 형제들 중 가장 잘싸우는 자가
다른 형제들을 지휘통솔하기 때문에 2세대까지는 엄청난 장점이 있는 제도다.
부자 상속제는 위대한 정복군주가 죽으면 별다른 전투경험이 없는 젊은 군주가 경험이 쌓일때까지
온갖 병크를 반복하기 마련이지만 말자 상속제는 아버지가 죽고나서도 형제들이 숙청되지 않고 전원이 지도자가 되는데다가
이들 형제들은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례로 지휘통솔권을 지녀서.
2세대 전원이 죽기 전까지는 내분이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하더라도 형과 아우간의 관계이므로 쉽게 정리될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
문제는 3세대부터 발생한다.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촌. 팔촌들은
서로 얼굴도 모르는데다가 형과 아우 사이가 분명한 2세대와는 다르게 장남의 셋째아들과 차남의 맏아들간에 누가 우열이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도대체 누가 더 높은 정통성과 지휘통솔권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한 합의에 이르기가 너무 어렵다.
실제로 몽골도 칭기스칸 2세대까지는 강한 결속력과 형제들간의 단결로 아버지가 이룩한 정복보다 훨씬 더 빠르고 많은 정복을 이루어냈지만
3세대에 이르자말자 자기들끼리 상속분쟁을 벌이고 내전까지 치르면서 순식간에 몰락해버렸다.